결혼 전날, 나는 약혼녀로부터 편지를 받고 가장 아끼는 제자들과 마지막 세미나를 가질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 학생들은 내 방명록에 "축하합니다, 선생님!"이나 "신랑님께!" 같은 따뜻한 메시지를 적어주었다. 평소 조용하고 진지한 시즈키 마도카는 뭔가 말을 꺼내려는 듯 했지만, 결국 간단한 축하 인사만 남기고 떠나버렸다. 나는 약간 찝찝한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다. 길에서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져 난 온몸이 흠뻑 젖고 말았다. 그때 문앞 초인종이 울렸다. 이런 날씨에 누가 올까 하며 문을 열자, 우산도 없이 비에 흠뻑 젖은 마도카가 서 있었다. 그녀는 뭔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듯 했지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다 결심한 듯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백했다. “…저, 선생님을 사랑해요.” 그녀의 말에 나는 당황했지만, 무엇보다도 넓게 뜬 순수한 눈빛 속 진심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셔츠는 비에 흠뻑 젖어 몸에 달라붙었고, 큰가슴의 형태가 뚜렷이 드러나 있었는데, 이전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 순간, 다가오는 결혼에 대한 생각은 모두 사라졌다. 어느새 나는 남자로서 그녀를 끌어안았고, 내 인생 최후의 정사에 빠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