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의 주요 거리에 위치한 오래된 서양 과자점 뒤편 조용한 작은 방에는 버터와 초콜릿 향기가 가득한 평화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계절마다 바뀌는 창문 디스플레이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이곳에서, 분홍색을 좋아하는 대학생 사요가 아르바이트로 판매원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깨끗하고 환한 미소로 지나가는 손님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모은다. 하지만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그녀의 또 다른 면이 있다. 그녀의 상사는 30대 중반의 남성, 도모키. 겉보기에는 차분하고 점잖은 신사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마음 깊숙이를 들여다보는 예리함을 지녔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 날 밤 장부 정리와 배송 확인을 하며 창고에서 우연히 시작되었다. 스쳐가는 손끝, 미세한 정전기 같은 감각. 그 순간, 사요는 도모키의 시선이 자신의 입술에 머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 후 폐점 후의 야간 작업 속에서 둘은 점점 가까워졌고, 대학에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모키와의 만남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어느 비 오는 밤, 창고 안에서 둘만의 침묵 속에 첫 키스를 나누었다. 사요는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몸을 기댔다. 도모키의 손가락이 그녀의 욕망을 더듬듯 움직였고,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는 억제할 수 없이 터져 나왔다. 그날 이후, 일주일에 한 번 ‘검증 작업’이라는 명목 아래, 선반 뒤, 사무실 소파 위에서 비밀스러운 만남이 반복되었다. 어느 저녁, 도모키가 속삭였다. “이봐, 찍어보자.” 사요는 잠시 망설였지만, 그의 혀가 귓불을 스치고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이자 정신은 벌써 혼미해졌다. “그 분홍색 거… 그거 입어줄래?” 그가 가리킨 것은 사요가 몰래 산 광택 나는 란제리였다. 자신만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속옷. 조명이 어두워지고, 삼각대에 스마트폰이 고정되었다. 사요의 심장은 귓가에서 요란하게 울렸다.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엔 수치와 흥분이 뒤섞였다. 이건 남자친구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을 자신의 모습이었다. 도모키의 손이 반짝이는 천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듯 스쳤다. 사요의 입술이 살며시 떨렸고, 신음이 새어나오려는 찰나, 그의 손가락이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해. 널 더 아름답게 만들어줄게.” 그렇게 그들의 ‘촬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