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하늘이 넓게 펼쳐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해는 빠르게 저물어 간다.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노란빛을 띤 가로수는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조용한 향수를 느꼈다. 올해도 거의 끝나가고 있구나. 그리고 나는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평소처럼 로션, 분홍 라이더, 거친 밧줄, 촛불 등 여러 도구를 챙겨 현장으로 향하는 것이 내 습관이었다. 갑작스러운 영감이나 현장 요청에 대비한 준비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핑계에 불과했다. 나는 내 실력에 결코 믿음을 갖지 못했다. 처음 촬영을 시작했을 때, 내 음경이 발기되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은 동료가 대신 나서서 촬영을 끝냈다. 요즘은 그런 일은 없지만, 그 이후로 내 안에 작은 의심이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나는 늘 도구를 가져갔다. 그것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두려움에서 탄생하는 진정한 예술 따위 있을 리 없었다. 좌절하고 변화를 갈망하던 나는 결심했다. 이번엔 바이브레이터 하나만 들고 촬영을 하겠다. 내가 곧 촬영할 여자아이는 어딘가 어두운 그림자를 품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얼굴은 귀여웠다. 회사에서 보내준 프로필 사진을 보고 난 첫인상이었다. 표정은 칙칙했지만 가슴은 컸고, 옷을 뚫고 튀어나올 듯한 볼륨감이 느껴졌다. 이런 여자아이들은 대개 억눌린 욕망을 안고 있다. 늘 스스로를 억제하며 살아왔기에 성적으로 굶주려 있고, 깊이 섹시하다. 이런 아이와라면, 나처럼 자신감 없는 사람도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를 품고, 나는 가방에 바이브레이터 하나만 넣었다. 이 촬영이 성공한다면, 드디어 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도 직접 보기를 바란다. 이 순간에서 태어난 영화가 어떤 것이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