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갑다고 말했지만, 사실 처음 보는 사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30분 전에야 처음 만난 줄 알지만, 나는 이미 5년 전부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학생 시절, 매일 오후 언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역을 향해 내려가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전철 안에서도 주위를 살피며 어르신들께 자리를 양보하는 따뜻한 그녀였다. 저녁이면 알바하는 가게로 향해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했고, 가끔 남자들이 다가오면 정중히 거절한 뒤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밤이면 방 불이 정확히 자정에 꺼졌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그 일상을 보며 나는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그녀가 남자친구를 사귀었을 때였다. 행복하게 웃으며 손을 잡고, 그를 집 안으로 들이는 모습에 나는 마음이 찢어졌다. 그래서 그녀가 연애를 시작할 때마다 나는 그 남자와 친해져 거짓말을 퍼뜨리고, 사이를 벌려 헤어지게 만들었다. 반복해서 그녀를 괴롭혔다. 나는 자신감이 없었고, 그녀에게 직접 말을 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수많은 장소를 다니며, 수많은 여자들과 더러운 짓까지 하면서 마침내 그녀 앞에 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런데도 예전에 알던 순수한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하고 싶어. 기분 좋고 싶어. 누구랑 하든 상관없어. 기분만 좋게 해준다면 뭐든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