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여유로운 마음으로 걷고 있으면 갑자기 누군가 다가온다. "여보세요, 지금 바쁘세요?" "혼자 계세요? 같이 밥 먹을래요?" "노래방 갈래요!" 상대의 분위기에 따라 위험해 보이지 않고 괜찮아 보이면 그냥 수락하게 된다. 길거리에서 사람을 붙이는 사람과 진지한 관계를 맺을 일은 없겠지만,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특별한 소통이 있다. 가벼운 수다일 수도, 예상치 못한 진지한 대화일 수도 있다. 물론 상황이 맞아떨어지면 성관계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연결 속에서 기분이 좋아야 한다는 점. 생각해보면 예전에 화려하게 다가왔던 남자가 정작 섹스를 시작하자 완전히 복종적인 태도로 돌변했던 적이 있다. 처음엔 굉장히 공격적이고 지배적이었는데, 갑자기 그런 모습이 되니 정말 놀랐다. 나 자신은 본래 복종적인 성향이라 섹스 중엔 보통 그냥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는 편이라 당황스러워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보통 일회성 만남이 많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거의 없는데, 오늘은 좀 달랐다. 일반적인 거리 헌팅이라기보다는 모집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엔 '이 사람 위험한 사람 아닐까?' 싶었지만, 진지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게다가 여름 동안 지출이 많아 돈도 좀 필요했기 때문에 '이거 괜찮을지도? 한번 해보자' 싶어 호텔로 따라가기로 했다. 촬영되는 건 처음이었고, 완전한 낯선 사람이 계속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생소해서 너무 긴장돼 결국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야동 배우처럼 행동할 필요도, 섹시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만 해주면 된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고, 평소의 느긋한 나 자신 그대로 편하게 즐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