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여자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장난 삼아 간지럼을 태우기 시작했다. 장난스러운 애무는 거의 십 분 가까이 이어졌고, 그녀는 완전히 지쳐버려 움직임을 멈추고 조용해졌다. 그 침묵에 자극을 받은 나는 천천히 발바닥에서 무릎 뒤까지, 겨드랑이 아래로, 목줄기를 따라 미끄러지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얇고 미끈한 생물이 피부 위를 기어가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말 대신 숨이 막히는 듯한, 형용할 수 없는 신음소리만 흘러나왔다. 조용한 방 안에서 들리는 건 그녀의 음탕한 신음과 시트 위를 뒹굴며 마찰되는 몸의 소리뿐이었다. 바깥사람의 눈으로 보면 얼마나 초현실적인 광경이었을까. 이성 따윈 모두 잃어버린 채, 우리는 결국 정열적으로 키스를 나누며 서로의 몸을 꼬아맸다. 오랫동안 쌓아온 우정의 경계를 무너뜨린 충격은 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날 처음 맛본 쾌락을 끝없이 되새기며, 우리는 지금까지 이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