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마루 위에 놓인 커다란 자루 안에서 소녀가 신음하며 기어 나왔다. 그녀의 눈에는 눈가리개가 씌워져 있었고, 팔다리는 꽉 묶여 있었으며, 입에는 테이프가 단단히 붙어 있었다. 시력을 박탈당한 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그녀는 두려움과 공포를 감추지 못한 채 무력하게 꿈틀거렸다. 잠시 후 입에 붙은 테이프가 홱 떼어졌고,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저항의 비명을 질렀지만, 곧바로 강한 접착력의 덕트 테이프가 다시 그녀의 입술 위로 단단히 눌려 붙으며 소리는 또다시 잠겼다. 그녀는 여전히 그 남자가 '납치범'이라는 진짜 정체를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