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오후, 달팽이들이 포장도로 위로 기어 나온다. 로퍼를 신은 요정 같은 소녀들이 지나가며 무심코 달팽이들을 발바닥 아래 짓뭉갠다. 오늘은 특별하다—달팽이들이 평소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발아래 전해지는 감각이 특히 뚜렷하다. 소녀들은 그 소리를 듣고는 "어, 뭔가 밟았어" 하고 알아챈다.
"이러, 달팽이 밟았어!" "이게 뭐야, 역겨워!" 하고 놀라며 외치지만, 그 반응은 어쩐지 냉담하고 무기력하다. 동정심도 후회도 없이, 소녀들은 희미하게 웃으며 그대로 걸어가 버린다. 부드러운 '찍' 소리와 함께 작은 생명이 끝을 맞이한다.
매력적이면서도 잔인한 이 소녀들의 모습은 일상 속에 숨겨진 변태적인 장면을 드러낸다. 바로 이런 우연하고 덧없는 순간 속에 음습한 매력이 진정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