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포장도로 위를 기어가는 가재들이 지나가는 요정들의 로퍼, 운동화, 심지어 자전거 바퀴 아래에서 알게도 없이 짓밟힌다. 운동화 밑창에서 으깨진 가재의 체액이 뚝뚝 떨어지고, 그들을 짓밟은 요정들은 마치 평소의 일상처럼 무심하게 멀어져 간다. 로퍼의 뒤축 아래 작은 생명체들이 짓이겨지며 한 걸음에 두 마리씩 삶을 마감한다.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며, 요정들은 냉담하게 지나칠 뿐이다. 이러한 극도의 무관심이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를 한층 부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