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몰라도 그녀의 트럼본 소리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방과 후 옥상에 울려 퍼지는 부드러운 멜로디, 그 뒤에 스며드는 그녀의 은은한 숨결. 한때 나는 그 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는 운동장 건너편의 거리가 오히려 좋았다. 나는 그 악기가 되고 싶었다. 그녀를 만지고, 입맞추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무늬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 깊이 새겨진 기억을 꼭 붙잡는다. 제복을 입은 미소녀와의 만남. 쉬는 시간, 보건실에서 잠든 그녀에 대한 환상. 방과 후 어스름한 교실에서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던 순간들. 학교 안에서 흘러간 그 우아한 시간들—하나하나 모두 내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