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에서야 아버지와의 관계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남편과 함께 아버지와 살기 시작한 지도 거의 1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아버지는 마치 돌아가신 어머니와 자신을 나에게서 동시에 보는 것처럼, 끊임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단지 딸이 아닌, 두 번째 아내처럼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런 시선에 노출되며 나는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여자로서 되돌아보게 되었다. 아버지와의 유대는 부녀를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관계로 변화했다. 이 관계 안에서 나는 더 이상 딸로만 머물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가 원하는 것은 딸이 아니라 또 한 명의 아내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