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거리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 교복 차림의 소녀의 냉담한 표정에 매료된 한 남자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집까지 따라간다. 소녀는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그녀의 침실로 침입해 존재해야 할 것을 지우고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을 남긴다. 기묘한 기척을 느낀 소녀의 불안이 폭발한다. 뒤를 돌아보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오직 검은 그림자뿐이다. 그 그림자에게 침범당한 소녀는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생명 없는 살의 조각상으로 전락한다.